문화

지역호감도

고택을 보면 주인이 보인다. 함양 고택 탐방

흔히 함양을 선비의 고장이라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함양은 호젓한 물가에 고즈넉한 정자가 놓여있고 풍류를 즐기며 정치를 논하던 선비문화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유서 깊은 향교와 서원을 비롯한 누각과 정자는 약 150개가 넘는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곳곳에 선비문화를 지켜온 지방 중에서도 함양을 선비의 고장이라 칭하는 데는 곧은 절개와 굳은 심지를 지켜낸 함양에 남아있는 여러 고택들에서 사대부의 품위와 기품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 경남 함양군 일두고택은 일두 정여창 선생이 사후 1년뒤 후손들이 중건한 고택이다.

남도 지방 양반 고택의 대표, 함양 일두고택

조선시대 학문과 문벌의 양반을 평할 때 낙동강을 기준으로 좌안동 우함양이라 칭하였다. 이때 우함양의 양반을 대표하는 인물이 일두 정여창선생이다. 일두고택은 정여창 선생이 타계한지 1세기 후 후손들에 의해 중건되어 당시 살림살이와 고택의 구조적 특성 등 옛 모습을 잘 담고 있다. 특히 양반가의 정갈한 기품이 흘러 눈길을 끈다. 남도의 대표적인 양반 고택으로 솟을 대문에 충, 효 정려 편액 5점이 걸려 눈길을 끌고 돌과 흙을 이용해 쌓아올린 벽이 고고한 기품을 대신하고 있다. 사랑채는 정면3칸, 측면1칸의 ㄱ자형으로 맞배지붕집이다. 충효절의 등의 편액이 걸려 있다. 안채는 약 300년 전에 다시 지어진 것으로 ㅁ자형을 한 명당이다. 안채마당과 안채 뒤뜰 등 짜임새 있게 지어진 일두고택은 대하드라마 토지를 비롯하여 여러 사극 촬영지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시대상을 탈피한 여성중심의 고택, 함양 허삼둘 가옥 

2004년 큰 화마가 덮쳐 검게 그을린 허삼둘 가옥은 중요민속자료 제207호로 지정된 가옥으로 보기 드물게 안주인의 이름이 붙여진 가옥이다. 당시 가부장적 제도가 흔들리고 남성의 강압적이던 권위가 사라지며 안주인의 이름을 딴 가옥들이 성행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할머니만 살아계시다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다 보니 안주인의 이름이 붙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전통가옥에서 여성들의 공간인 안채가 중심이 된 가옥구조가 없었으므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화재로 인해 안채와 사랑채는 검게 불에 타다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안타까움을 남기고 있다. 

갑오개혁 이후 신분의 구별이 없어지고 주택의 형태를 규제하던 제도가 철폐되면서 양반가나 사대부가가 아닌 사람들도 솟을대문에 사랑채를 갖춘 집을 지을 수 있게 되었고 일부 부농들과 상인들은 양반들이 누리던 양식의 주택 모양을 본떠 권위적이고 화려한 외형을 갖춘 주택을 지을 수 있었다. 허삼둘 가옥의 가장 큰 특징은 안채가 비중 있게 지어졌다는 것과 안채의 평면 구성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부엌 내부에는 두 개의 기둥만으로 이루어져 공간을 더 넓게 만들었으며 부엌에서 드나들 수 있는 문이 크고 작게 연결되어 있다. 또한 안채의 ㄱ자로 꺾이는 모서리 부분 안쪽으로 배치한 부엌은 가사활동의 편의성을 생각하여 만든 구성으로 극히 보기 드문 가옥 구조이다.

 
  • 함양 남계서원은 1552년 건립된 교육기관이면서 선현을 추모하는 제사공간이다.

선비들의 학문과 뜻을 기리는 남계서원 청계서원

함양 남계서원은 일두 정여창 선생의 학문과 덕을 기리기 위해 1552년 건립된 곳으로 전통 사설 교육기관이자 선현들을 추모하고 제사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서원으로 1868년 공포된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서도 화를 입지 않고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남계서원의 구조는 풍영루와 사당이 일직선으로 배치되어 일반적인 서원의 배치형식을 따르고 있으나 풍영루로 들어서면 보이는 동, 서재의 측면이 마당으로 돌출하여 누각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근래 서원을 이루고 있는 건축구조에서 보기 드문 구조라 한다. 청계서원은 1907년 청계정사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것으로 탁영 김일손의 위패가 모셔진 서원이다. 성종 때 사림파를 대표하던 학자로 청계정사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다하여 그 터에 서원을 세운 것이다. 정면 4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기와집 형태의 강당과 청계사, 학생들이 거처하던 동재, 서재 그리고 경내에는 김선생의 유허비와 네모난 연못이 어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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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전형적인 양반 고택인 함양 일두 고택과 시대상을 탈피한 여성중심 함양 허삼돌 가옥까지~
 다양한 가옥을 만나 볼 수 있는 경상남도 함양으로 떠나보세요!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2년 02월 12 일자